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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스

호주 ‘어그부츠 전쟁’ 돌입

by 호호니 2017. 10. 22.

 

양가죽과 양털로 만든 부츠 ‘어그(UGG)’를 놓고 미국과 호주 기업이 소송전에 돌입했다. 17일(현지시간) BBC는 어그 부츠를 만드는 미국의 기업 데커스 코퍼레이션이 호주 기업 오스트레일리안 레더(AL)의 대표인 에디 오이거를 상대로 상표권을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상표권을 근거로 데커스는 AL이 ‘어그’라는 이름으로 부츠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어그부츠의 독점 판매뿐 아니라 AL의 재고 폐기, 수백만 달러의 처벌적 손해배상도 이번 소송에서 요구 중이다.  

   
그러나 오이거를 비롯한 호주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어그는 양가죽으로 만든 부츠를 의미하며, 여러 제조업체에서 사용하는 일반명사라는 것이다. BBC는 “호주 사람들은 그리스에 페타 치즈가 있다면, 호주에는 어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AL의 오이거 대표도 “어그는 부츠 이름일 뿐”이라며 “우리가 100년 가까이 판매해 온 어그를 미국 거대 기업이 상표로 만들어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009년부터 단 한 켤레의 어그부츠도 수출하지 못했다”며 “전 세계 소비자들은 호주산 어그부츠를 원하는데 데커스가 이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 소재의 AL은 1990년대 초부터 매년 5만 켤레의 어그를 생산하고 있다.   

어그는 1930년대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 지역에서 처음 신기 시작했다. 호주 사람들은 방한용으로 신었지만, 해외에 알려지고 판매된 뒤엔 패션 아이템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그가 돈이 되자, 데커스 코퍼레이션은 상표 등록을 하고 수 차례 소송전을 치렀다. 이를 통해 미국은 물론 중국·유럽 등에서도 호주 업체들이 어그 부츠를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데커스 측은 어그부츠의 기원에 대해서도 다른 주장을 한다. “1978년 호주 출신 서퍼인 브라이언 스미스가 미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고안했다”는 것이다.    
   
오이거 대표는 미 연방 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을 위해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그는 이번 소송 뿐 아니라 앞서 데커스의 상표권을 인정한 결정들도 뒤엎을 생각이다. 그는 “데커스는 자사 부츠를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라고 광고하지만 호주와는 전혀 관계 없다”며 “그들이 만든 부츠 일부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이번 소송은 국가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도 비화했다. 닉 제노폰 연방 상원의원(무소속)은 의회에서 “싸울 가치가 있는 소송”이라며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프랑스가 ‘샴페인’이란 단어를 보호하고, 그리스가 ‘페타’라는 용어를 쓰는 것처럼 호주도 호주 기업을 위해 ‘어그’라는 단어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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